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음
지은이 소개
저는 제가 자연과학을 하게 된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과학자치고 제법 글 흉내를 낸다고 생각해주시는 덕에 여기저기 겁 없이 글을 뿌리며 삽니다. 또 자연과학 중에서도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공부한 덕에 그냥 평생 글만 써온 이들에 비해 소재가 풍부한 편입니다. 저 광활한 자연에서 퍼오는 제 글의 소재는 아마 쉽게 마르지 않을 듯싶습니다.
언론매체에 담았던 것들이라 제 글들은 종종 시사성을 띱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동물들도 그런데 우리도 이래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이른바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되도록 범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때로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떨 때는 정말 우리가 동물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위선의 탈을 벗고 지극히 동물적으로 살아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울화가 치밀 때가 언뜻언뜻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고 믿습니다. 아무리 돌을 맞아도 싼 사람도 왜 그런 일을 저질러야만 했는가 알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 심성입니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 글들을 썼습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만 앎에 대한 열정이라면 우리 인간을 당하겠습니까. 죽는 날까지 줄곧 동물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들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모습들을 그리렵니다. 그러다 보면 생명도 제 앞에서 하나둘씩 옷을 벗고 언젠가 그 하얀 속살을 내보이겠지요.
- 최재천(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