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저자 소개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책 소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
조지 오웰의 『1984』, 카프카의 『심판』, 카뮈의 『페스트』를 능가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대작!
체제와 가치의 붕괴를 ‘실명’이라는 전염병으로 날카롭게 풍자한 우리 시대의 우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도시 전체에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진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소설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확실하지 않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또한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눈이 멀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작품 속의 인간들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조차 잃어버린 장님들인 것이다.
수용소에 강제 격리되어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눈먼 사람들, 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의 폭력, 전염을 막기 위해 수용 조치를 내린 냉소적인 정치인, 범죄 집단을 방불케 하는 폭도들이 등장한다.
사라마구의 다른 작품들이 이베리아 반도라는 한정된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타문화권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반면, 『눈먼 자들의 도시』는 과감한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내용을 그려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소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만 있지는 않다.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는 인물들은 함께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가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마구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안과 의사의 아내’는 바로 인간의 선한 면을 상징하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확신을 뒤흔드는 작품이지만, 한번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라마구는 서로 베풀고 사랑하며 더불어 사랑하는 진정한 ‘눈뜬 자들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상에 좀더 주의 깊은 시선을 가지도록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가의 깊이와 넓이를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출판사 책 소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