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 De Kleine Boekwinkel 아주 작은 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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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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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지음

지은이 소개

1943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7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뿌리깊은나무〉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1981년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되었고 1989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를 만들어 공동대표를 맡았다. 1983년 이오덕 선생의 권유로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한국글쓰기연구회(지금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 되었다. 1988년 어린이에게 줄 좋은 책을 출판하려고 ‘보리기획(지금 보리출판사)’을 만들었다. 1995년 변산(전북 부안군)에 자리를 잡아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리고, 1996년 대학교수를 그만두고서 농사꾼으로 살기 시작했다. 2016년 ‘우리말글살리는겨레모임’에서 ‘우리 말글 으뜸 지킴이’로 뽑혔다. 쓴 책으로 《잡초는 없다》《실험 학교 이야기》《철학을 다시 쓴다》《내 생애 첫 우리말》《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특별 기고》 들이 있다. 〈달팽이 과학동화〉〈개똥이 그림책〉을 비롯해 ‘세밀화 도감’을 기획하고 펴내 어린이책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남녘과 북녘의 학생들이 함께 보는 《보리 국어사전》을 기획하고 감수했다.

책 소개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윤구병의 생태 이야기
―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내용 소개


이 책은 윤구병 선생이 쓴 글 중 ‘생명’과 연관된 글을 뽑아 묶었다. 그이는 생명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생명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으로 나뉘는데, 자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끊임없이 교섭을 하면서 ‘밥통’을 통해 만난다. 자연 속에서 다른 생명체와 만나는 길은 ‘밥통’을 거치게 된다. 먹고 먹히는 것, 그러니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생명들의 생체 보시를 받는 것이다. 자기 목숨을 바쳐서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이것을 먹이사슬이라고도 하고, 다른 여러 말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 ‘만남’이라는 것을 소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 속에서 생명의 연대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 불, 땅, 바람이 스스로도 살아 있는 힘이고, 뭇 생명체를 살리는 힘이라는 오래된(그러나 물질과학의 먹물에 머리를 적신 용렬한 후손들에게는 새로운) 깨우침을 몸과 마음을 다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 우리 목숨과 삶과 살림의 바탕에는 이 크나큰 살림꾼들이 숨은 채로 드러나 있다.(유식한 학문 사투리로 ‘똥폼’을 잡자면 ‘암시’이자 ‘현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여러 글들에서 맨 먼저 이 크나크신 임들에 큰절을 올리고 비손을 함으로써 고마움을 드러내고자 했다. 생명 공동체의 큰 틀은 이 큰 살림꾼들의 품 안에서 짜이는 것이다. 어떤 때는 하는 짓이 지렁이 똥만도 못한 것들이 잔머리를 굴려 땅을 살립네, 공기를 청정하게 보호합네, 강바닥을 긁어내고 강둑을 높여서 물길을 바로잡네 …… 허풍을 떠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생명체를 한꺼번에 도륙하는 아수라장을 만들면서도 그것을 허물로 여기기는커녕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판에 일흔 가까운 늙은이가 비 맞은 중 웅얼거리듯 입 안에서 우물거리는 반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리를 내보았댔자 귀담아듣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그러나 나 머리털 나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옛 어른들 입에서 작은 것이 큰 것을 감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보호 받고 있고, 보호 받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미물들이 도리어 목숨을 지켜주고, 살게 하고, 살림꾼 노릇을 하게 해주는 이들을 이렇게 능멸하는 꼴을 본 적도 없다.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생명 공동체의 고마운 임들(이 안에는 온갖 풀과 나무, 미생물도 포함되고, 산과 들과 바다에서 자라거나 뛰노는 온갖 생명체도 들어 있다.)이 개망나니들에게 깔보이는 단계를 지나서 짓밟히고 목 졸리고 무더기로 목숨 앗기는 이 돈독 오른 자본 세상에서, 스스로 살 길도, 서로 살릴 힘을 북돋울 길도 없어진 우리 생명 공동체의 바르고 착한 목숨들이 참 삶을 가꾸고 제대로 된 큰살림을 하자는 뜻에서 쓴 지 오래된 글들이 한데 묶이는 일에 기꺼운 마음으로 고개 끄덕인 철없는 늙은이의 노파심이라니. 쯧쯧.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7~8쪽, 머리말 〈목숨, 삶, 살림-그리고 지렁이 똥만도 못한 개망나니들〉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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