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설탕 두 조각
글 미하엘 엔데, 그림 진드라 케펙
원제 Lenchens geheiminis
책소개
미카엘 엔데의 잘 알려진 동화 <모모>며 <끝없는 이야기>는 사실 어른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동화이다. 그 동화들을 낮은 학년 어린이들에게 선뜻 읽히기 힘들다면, 이 동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원제는 "렝켄의 비밀")을 권해 줄 만하다. 이 동화는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와 미카엘 엔데와 같은 독일이 자랑하는 동화 작가의 타이틀을 독점으로 관리하고 있는, 명망 있는 독일 출판사인 티네만에서 엔데의 단편 동화를 요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깔끔하고 세련된 컬러 그림으로 다시 펴낸 새 판본을 옮긴 것이다. 그 내용과 분량 면에서도 어린이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낼 수 있을 만큼 인물과 사건이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곧장 결말을 향해 간다.
주인공 렝켄은 아주 착한 아이이다. 착한 아이 렝켄에게 고민이 생겼다. 렝켄이 느끼기엔 엄마 아빠가 자기 뜻을 전혀 존중해 주지 않는 것 같다. 렝켄은 요정을 찾아가서 이 문제를 상담하기로 결심한다. 손가락이 여섯 개 달린 요정이 렝켄에게 해결책으로 준 것은 다름 아닌 마법의 설탕 두 조각. 그걸 몰래 엄마, 아빠의 찻잔 속에 타 먹이면 엄마, 아빠가 렝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든단다. 렝켄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아빠의 찻잔 속에 설탕을 몰래 넣는다. 설탕을 넣은 차를 마신 렝켄의 부모는 성냥갑 속에 들어갈 만큼 줄어들게 된다.렝켄은 막상 부모가 자기를 돌봐 줄 수 없을 만큼 작아지자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요정을 다시 찾아갔더니 이번에는 렝켄이 마법의 설탕을 삼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다. 그걸 삼키면 이번에는 렝켄이 부모의 말을 거역할 때마다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렝켄은 고민 끝에 차라리 부모라는 든든한 보호자 없이 살기보다는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렝켄에게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렝켄이 부모가 원하지 않을 때에도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므로.
대개의 가정에는 크든 작든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렝켄이라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는 이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렝켄의 인식 수준으로는 부모가 자신을 억압하는 힘의 논리가 {크기와 수}의 논리로 이해된다. 그래서 아이는 요정에게 부모가 자기보다 크고, 두 사람이라서 대적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소녀는 현실 공간에서 이 갈등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결국 마법의 손을 빌리게 된다. 그러나 그 마법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자기도 상대의 처지에 빠져 봐야 한다는. 엔데는 부모와 아이 둘 다에게 시련을 체험시키고 그 체험을 통해서 구성원이 행복하게 화해하는 결말을 택한다. 그러나 이 작은 소품에서도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우주적인 질서의 회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엔데의 철학이 엿보인다. 렝켄이라는 어린 소녀의 인식 수준으로는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광대한 우주만큼이나 넓은 공간일 수 있으므로.
[인터파크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