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 지음
한국 에세이의 역사를 새로 쓴 기록적 베스트셀러, 1세대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대표작
100세를 목전에 둔 철학자가 새로이 들려주는 인생의 의미, 영원에 대한 그리움
연세대 명예교수이자 원로철학자인 김형석 교수의 대표작 《영원과 사랑의 대화》가 새로 단장되어 새로운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난해 《백 년을 살아보니》이 출간된 이후, 100세 시대 아름답고 보람 있는 노년을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로 여겨지며 노년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김형석 교수가, 이번에는 과거에 젊은이였던 이들과 지금의 젊은이들을 향해 애정을 담아 이 책을 건넨다.
당면한 시대의 과제에 대한 철학자로서의 답변에서부터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 상황, 그리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묵직한 사유까지,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넓고 그윽하다. 북에 두고 온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사랑이 담긴 고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생에 대한 애잔한 회고가 있고, 소년기와 일본 유학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를 형성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작은 일들에서 높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보는 사색이 있다. 서정적이고 단아한 산문에 철학자의 행복론, 윤리학과 역사철학, 종교철학적 사유를 담아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가 인생이라는 강의 저편인 영원과, 이편의 끝없는 애모심의 대화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10쪽)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을 말할 수밖에 없다
김형석 교수는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진 1세대 또는 1.5세대 철학자로서,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한국 전쟁이 막 끝난 시기의 척박한 학문 현실에서 《철학 개론》, 《철학 입문》을 비롯해 수많은 철학 개론서를 집필해 후학들이 더 깊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한편, 현실 문제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담은 수필·수상집을 펴내어 가난하고 혼란스런 시대를 사는 당시 독자들에게 캄캄한 밤길 같은 인생의 길잡이 노릇을 하기도 했다.
“세상에 가장 어려운 것은 인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도 좀체 인생을 논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침묵을 지켜서도 안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누구나 완전한 자신은 없으면서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을 말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가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형이 동생에게 하고 싶은 인생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말해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도 많아져야 하리라고 믿습니다.”(9쪽)
누구에게나, 오를 만한 인생의 산이 있다
특히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청년들, 학생들, 친구들”을 위한 책으로 쓰였다. 애초 책을 내게 된 까닭은 이렇다. 7년간 재직한 중앙중고등학교에서 연세대학교로 교단을 옮기게 되면서,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제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누기 어려웠다. “내가 키워주어야 하는 어린 것들을 뒤에 두고 떠나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고, “제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어떤 죄의식 비슷한 자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았다.” 조금이라도 인생을 먼저 산 이로서,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비록 사회는 혼란스럽고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거창한 성취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를 만한 인생의 산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끝까지 오르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철학자는 책의 곳곳에서 말해주고 있다.
“제가 믿기는, 인생이란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는 산과 같아서 그 인생의 산에 올라만 간다면, 그것으로 어느 정도의 행복과 가치는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인생의 산을 모르고 살거나, 중도에 포기해버리기 때문에 당연히 얻고 갖추어야 할 행복과 성공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소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전연 알지도 못하는 높은 산을 정복하려는 등산객은 반드시 먼저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둘 필요가 있으며, 또 말해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9쪽)
동시대인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공전의 베스트셀러
그의 따듯하면서도 지혜로운 글은 동시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60년대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책은 1960년대의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1962년과 1963년,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비소설의 판매는 소설을 넘기 힘들다는 통념을 깼다. 이 책이 당시 기록한 60만부라는 경이로운 판매기록은 그 시절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박계주의 소설 《순애보》의 누적 판매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당시 2,500만 명이 조금 넘었던 남한 인구와 높았던 문맹률을 감안해보면, 이 책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의 서가에 꽂혀 있던 책
1961년 초판이 나온 이래,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판을 거듭하며 독자에게 읽혔다. 시간이 흘러, 젊은 독자들은 아버지의 서가에 꽂혀 있던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의 서가에 꽂혀 있던 이 책이 이제 새로운 독자를 찾아간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젊은이들의 고뇌와 고독은 여전하다. 오늘의 독자에게 100세 노 철학자의 이 오랜 지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56년 전의 책이 현대를 사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옛날의 독자들이나 최근의 독자들 모두가 동일한 공감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 초창기 때의 독자들과 같이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도 읽으면서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세월은 흘렀으나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6쪽)
[출판사 서평]